2025년 인도네시아는 대내외적으로 큰 전환점에 놓여 있습니다. 첫째, 누산타라 신수도 이전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며 행정수도 이전의 현실화가 가시화되고 있고, 둘째, 2024년 대선 이후 새롭게 출범한 정부는 정치적 연속성과 단절 사이에서 시험대에 올라 있습니다. 셋째, 세계 최대 팜유 수출국인 인도네시아가 최근 수출 규제 재도입을 둘러싸고 국제사회의 압박을 받고 있어 식량안보와 경제 외교의 중심에 서게 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인도네시아가 현재 직면한 세 가지 핵심 이슈를 깊이 있게 분석합니다.
수도 이전: 누산타라 프로젝트의 본격화와 도전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대규모 행정수도 이전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2025년은 누산타라 신수도의 공식 입주 원년으로, 행정부 일부가 자카르타에서 동칼리만탄의 누산타라로 이전을 시작했습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오랜 숙원이자 국가 균형 발전의 상징인 이 프로젝트는 약 3,200억 달러가 투입되는 초대형 사업입니다.
그러나 실행에 있어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첫째, 사회 기반시설 건설이 당초 계획보다 지연되고 있으며, 교통·전력·통신 인프라 부족이 입주 공무원들의 생활 안정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둘째, 민간 투자 유치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법적 불확실성과 정치적 리스크를 이유로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고, 특히 토지 소유권 문제와 환경 파괴 우려는 국제사회에서도 지적되는 부분입니다.
셋째, 수도 이전이 자카르타를 소외시키고 있다는 국내 여론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자카르타 시민들은 여전히 행정·경제·문화의 중심지로 남고자 하며, 누산타라로의 급격한 이전은 ‘이중 도시 체제’의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하지만 정부는 국가 장기 비전 차원에서 수도 이전을 중단 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2030년까지 인구 150만 명 규모의 친환경·스마트 시티 완공을 목표로 하며, 글로벌 스마트시티 모델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정권 교체: 조코위 이후의 정치적 재편
2024년 2월 대선에서 프라보워 수비안토 후보가 당선되면서 인도네시아는 ‘조코위 시대’의 종식과 새로운 정치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조코위 정부의 핵심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 정치 구도는 상당한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내각 구성입니다. 조코위 정권과는 다른 인물들이 중용되면서 기존 정치동맹에 균열이 생기고 있습니다. 특히 조코위와 가까웠던 정당인 PDI-P가 여당에서 야당으로 돌아서면서, 국회 내 협치 구조도 복잡해졌습니다. 그에 따라 개혁 입법의 통과 여부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또한, 프라보워 대통령의 군 출신 배경은 강경 노선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일부 인권단체들은 “과거 군부 통치의 회귀가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으며, 언론 자유 및 시민 참여에 대한 제도적 제약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습니다.
한편 조코위 전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여전히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장남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가 부통령으로 함께 당선되면서 ‘정치적 유산’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향후 조코위 계파와 프라보워 계파 간 미묘한 권력 갈등이 지속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국내외 투자자들은 이러한 정치적 이중성과 불확실성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정부가 개혁 정책을 일관성 있게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가 향후 경제 신뢰 회복의 핵심이 될 전망입니다.
팜유 수출 갈등: 국제 압박과 국내 이해 충돌
인도네시아는 세계 팜유 생산량의 약 60%를 차지하는 최대 생산·수출국입니다. 팜유는 국가 수출의 핵심 품목이며, 농가 수입과 정부 재정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나 2025년 들어 인도네시아 정부가 팜유 수출 규제를 다시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내외 갈등이 촉발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2022년과 유사한 방식으로 국내 식용유 물가 안정을 이유로 수출량을 일정 비율 제한하려는 정책을 검토 중입니다. 이는 인도네시아 내 저소득층 가계의 식량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이지만, 글로벌 식품업계와 수출기업들은 이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환경 파괴를 이유로 인도네시아 팜유에 대한 수입 규제를 확대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응 조치로 인도네시아는 WTO 제소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농민 단체들은 수출 규제가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지방 정부 역시 지역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이유로 중앙정부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정책 추진의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지속 가능한 팜유 생산(Sustainable Palm Oil) 인증 강화를 통해 환경적 비판을 완화하려 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국내 팜유 가공 산업 확대를 통해 부가가치 창출을 노리고 있습니다.
국제 사회는 인도네시아가 자원 민족주의와 글로벌 공급망 책임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을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는 향후 G20, ASEAN 무대에서도 주요 외교 현안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2025년 인도네시아는 누산타라 신수도 이전, 정권 교체 후의 정치 재편, 팜유 수출 규제라는 세 가지 큰 변화를 동시에 겪고 있습니다. 각 이슈는 서로 얽혀 있으며, 국내외 정치·경제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처럼 복합적인 전환기에 인도네시아가 일관성과 책임 있는 정책 추진을 통해 안정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해 볼 시점입니다. 향후 동남아 정세는 인도네시아의 선택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